미즈메디병원 제왕절개 출산
17일 저녁 6시 38분 주호가 태어났습니다. 저는 미즈메디병원 5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기다리면서 많은 생각들이 스쳐갔었고 산모와 아이 건강하게만 태어나기를 기도했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단순히 제왕절개수술로도 이렇게 마음이 복잡한데 살아가면서 불의의 사고로 아이를 잃거나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사람들은 어떤 심정일까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감히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기도 힘들었고 원망과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라는 물음을 계속 되뇌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 병원은 문자로 수술실에 들어가는 것부터 아이가 태어난 것과 산모가 회복실로 이동하는 것까지 상세히 안내해 주어 좋았던 것 같습니다.
5층에서 아이를 마주했을 때 아이가 계속울고있었는데 제 앞에 서니 울음을 딱 그쳤습니다. 간호사 선생님께서 아빠를 알아본다며 하시는 말에 신기했고 '이 작은 아이가 정말 내 아이라고?'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떨떨하게 신생아실 앞에서 기다리고 잠시 뒤에 신생아실에서 아이를 마주했습니다. 울음소리가 아주 쩌렁쩌렁했습니다. 밖에 계시는 분이 울음소리를 듣고 우리 아이는 그렇게 안 울었는데 울음소리가 엄청 커서 좋겠다고 칭찬해 주시더군요. 3333g에 태어났고 손가락, 발가락 다 정상이었습니다. 아이가 껴있어서 흡입기를 썼다고 하셨는데 머리에 빨간 자국이 남아있었습니다. 다행히 퇴원할 때 되면 90% 정도는 다 회복한다고 하여서 마음을 놓았습니다.
수술 끝나고 회복실의 아내
아이모자를 가지고 신생아실에 나와서 병실로 갔습니다. 아직 아내는 없었고 회복시간이 30분에서 길게는 2시간 정도 걸린다고 해서 잠깐 밖으로 나가 편의점에 갔습니다. 아내가 병실로 들어오면 더 먹을 시간이 없어서 삼각김밥하나를 사서 전자레인지에 돌려먹었습니다. 뭔가 갑자기 많은 일들이 생겼기에 밥이 입으로 들어가도 아무 맛이 안 느껴지는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아내가 병실로 들어와서 기다리고 있을까 봐 삼각김밥을 빠르게 먹고 다시 병실로 향했습니다. 병실에는 아직 아내가 없었고 저는 병실이 답답해서 병실 밖에 의자에 앉아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아내를 기다렸습니다. 1시간이 지났는데도 아내가 돌아오지 않자 슬슬 걱정이 되어서 간호사 스테이션에 가서 선생님들께 아내의 상태를 여쭤봤습니다. 선생님들이 알아보시더니 회복실에서는 나왔고 아직 상태가 온전치 않아서 분만실에 있다고 설명해 주신 후에 그쪽으로 가보라고 말해주셨습니다. 1시간이 지났는데 아직 안 올라오고 분만실에 있는 게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닌가라는 불안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분만실 앞에서 의사 선생님을 만났는데 아내가 출혈이 좀 있었고 수술 후에 심박수가 정상수치로 돌아오지 않아서 지켜봐야 한다고 말해주셨습니다. 그리고 같이 아내가 있는 분만실로 들어갔습니다. 아내는 의식이 있었고 표정은 평온해 보여서 마음은 한결 놓였습니다.
병실로 돌아온 아내
아내와 같이 의사선생님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마취는 다행히 하반신 마취로 잘 진행됐다고 하셨습니다. 하반신 마취가 간혹 안되시는 분들은 전신마취를 진행하는데 아내는 하반신 마취가 잘 되어서 아이가 태어나고 울음소리를 다 듣고 보았다고 해서 다행이었습니다. 그런데 자궁에 출혈이 있고 현재 심박수가 분당 120회 정도 되어서 지금은 입원실에 가지 않고 여기서 지켜봐야겠다고 말해주셨습니다. 수술 후에 심박수가 분당 100회 이하가 되어야 된다고 말해주셨는데 그보다 훨씬 높은 수치이기는 했습니다. 의료진이 나가고 나서 아내에게 수고했다고 또 주호의 울음소리가 엄청 크다고 신생아실을 울렸다고 아이는 건강하고 말해줬습니다. 아내는 아직 마취가 풀리지 않아서인지 통증은 많이 느끼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 30분 뒤에 입원실에 올라가도 된다는 소리를 듣고 아내는 침대로 이송되어 병실에 도착했습니다. 움직일 때마다 많이 아파서 거동이 힘들었기에 소변줄을 차고 진통제를 맞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먹는 거는 새벽 1시부터 가능하다고 하시면서 마시는 탄수화물 음료부터 먹기 시작하라고 음료를 두고 가셨습니다. 저는 아내를 편안히 침대에 눕히고 짐정리와 병실에서 잘 준비를 한 후에 밤 10시부터 아이를 볼 수 있다고 하셔서 아이를 보러 가서 사진을 찍고 돌아와 아내와 같이 주호 사진을 봤습니다. 아직까지 얼떨떨한 심정이었지만 아이가 너무 귀여웠고 아내와 같이 사진을 보며 신기해했습니다. 그리고 아내의 컨디션이 정상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며 그 옆에 누워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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